[전국뉴스 = 고병용기자] 청와대와 백악관이 동시에 미·북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판문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함에 따라 판문점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 회의에서 북미 정상회담 예상 시점을 “5월 말이나 6월 초”로 말했으며,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회담 장소 후보지가 좁혀졌다면서 “개최 후보지에 대해 검토중이며,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혀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와 기자회견에서 “비무장지대(DMZ) 안의 평화의집과 자유의집도 고려중”이라며 “한반도 분단의 현장이기 때문에 일이 잘된다면 제3국에서 개최하는 것보다 엄청난 기념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판문점 북미정상회담은 분단의 상징을 평화의 상징으로 바꾼다는 역사적 상징성과 함께 문 대통령의 참석으로 자연스럽게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에도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입장에는 판문점에서 각종 이벤트성 행사가 포함된 정상회담을 개최하면 정치적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와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은 지난 1일 청와대를 비공개 방문해 미·북 정상회담의 판문점 개최와 남북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백악관은 여전히 판문점 외에 싱가포르 등 2~3곳을 후보로 올려놓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각 개최 장소의 장단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알고 있다"며 "최종 결정은 이제 트럼프의 손에 달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30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미·북 정상회담의 판문점 개최를 묻는 질문에 "전적으로 가능하다. 매우 흥미로운 생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싱가포르를 포함해 다양한 나라를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DMZ(비무장지대)의 평화의집, 자유의집에서 개최하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북미정상회담, 판문점 유력…싱가포르·몽골 울란바토르·스위스 제네바 등 제3국 거론

북미정상회담의 장소 중 판문점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알려진 초반 유력 개최지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싱가포르나 몽골 울란바토르, 스위스 제네바 등 제3국이 유력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판문점 개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의 스포트라이트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분위기가 다시 판문점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판문점을 염두에 둔 배경에는 문 대통령의 역할도 있지만 남북 정상회담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사상 처음인 데다 한반도 평화 구축에 있어 역사에 남을 세기적 사건이 될 북미 정상회담을 제3국에서 개최하는 것보다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하는 것이 성과를 더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많은 나라가 회담 장소로 고려 중이지만, 남·북한 접경 지역의 평화의 집·자유의 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이 있고 중요하며 지속되는 장소일까”라는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도 더 부각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전후 한국에 머무르게 되면 비핵화는 물론 남북이 연내 하기로 합의한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해서도 미국과 더 긴밀히 협의하는 등 중재자 역할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되는 영향력을 얻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 “남북정상회담. 남북관계 발전에 큰 진전 이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저녁 9시15분부터 10시30분까지 1시간15분 동안 전화통화를 하며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진 것을 축하했으며 남북관계 발전에 큰 진전을 이룬 것을 높이 평가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 덕분이라며 거듭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의 결실이 북미정상회담 성공의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도 표명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북미정상회담을 가능하게 해 준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잘 통할 것 같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목표를 확인한 것은 남북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양국 정상은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한미간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정상 사이의 종전선언에 관한 합의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명했다.

양국 정상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방안들에 대해서도 폭 넓은 의견 교환을 했다. 시기고와 관련해서는 남북정상회담 성공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북미정상회담을 가급적 조속히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양국 정상은 장소와 관련, 2~3곳으로 후보지를 압축하며 각 장소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고대하고 있으며,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매우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양국 정상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긴밀한 협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전화를 언제라도 최우선으로 받겠다고 하며 한미간의 긴밀한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北美정상, 비핵화 놓고 '진검승부' 펼칠 전망…‘비핵화 로드맵’ 구상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전부터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하기로 하는 등 비핵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내비쳤다. 남북정상회담에선 ‘완전한 비핵화’를 천명했다.

이에 청와대는 “남북, 북·미 간 교류 협력의 장애물들을 제거하겠다는 결단”이라고 표현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공개한 남북 정상 간 비공개 대화를 보면, 김 위원장은 “미국이 우리에게 체질적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대화를 해보면 내가 미국을 겨냥해 (핵미사일을 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도 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를 믿어달라”며 ‘신뢰 쌓기’에 올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달 초 북한을 방문한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을 높게 평가하는 방송 인터뷰를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 이미 비핵화 방법을 다양하게 논의했고 김 위원장이 아주 잘 준비가 돼 있었다고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달 초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과 면담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미국의 목표라고 전했고 방법까지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해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자신은 비핵화에 합의할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면서 면담 결과를 긍정 평가하기도 했다.

폼페이오와 함께 대북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비핵화 방식으로 선 핵폐기,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비핵화가 의미하는 것은 핵폐기하고 생각한다”며, “미국은 2003년 2004년 리비아식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미정상회담의 일정과 장소는 수일 안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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